비용 우위, SW, 생태계를 갖춘 기업을 선택한다
비용 우위, SW, 생태계를 갖춘 기업을 선택한다
파괴적 혁신 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소프트웨어적 강점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이다. 비용을 최소화하여 제품 가격을 파괴해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엮어 소프트웨어로써 이익을 극대화한다. 앞으로는 단순 제조업 위주의 경영 마인드로는 장기적이고 영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비용 우위’를 가지고 있는가 2020년 9월 22일, 테슬라는 근래 들어 가장 중요한 행사를 개최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과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배터리 데이’였다. 배터리는 전기차 비용에서 2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비용 우위 측면에서 절대적인 요소다. 기존에 테슬라는 배터리셀을 파나소닉, LG화학 등의 기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2020년 배터리 데이에서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굉장히 획기적인 신기술을 가지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나 실리콘 나노와이어 배터리 3과 같은 기술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핵심이 아니었다.
테슬라가 원한 것은 가격 파괴였다. 테슬라는 기존 시장을 재편하면서 성장하는 파괴적 혁신 기업의 전형이다. 파괴적 혁신 기업의 가장 큰 원동력은 비용구조의 혁신이다. 가격을 낮추면 고객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필립 피셔는 그의 저서《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훌륭한 경영진을 가진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도 더 능률적인 생산기술을 도입해(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응용함으로써) 경쟁업체에 비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의 창조적인 응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비용 혁신을 위해 무리하게 신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기존 기술을 조합한 것이야말로 파괴적 혁신의 본질이다.
다른 혁신 기업들도 비슷하다.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디바이스를 통합해 고객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제 사랑들 대부분은 디지털카메라, 계산기 등 다수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다니지 않고,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닌다. 최근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항상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는 혁신의 진정한 의미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아마존의 경우는 자사의 단기적 수익을 희생하면서 비용 절감에 몰두한다. 그리고 모든 수익을 고객에게 다시 돌려준다. 이것이 파괴적 혁신 기업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비용을 낮추고 시장점유율을 높여 그 수익을 다시 고객에게 돌려준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이를 잘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비용 혁신은 기술이 복잡할수록 더 파괴적이고, 소프트웨어와 결합되는 형태라면 더 가속화된다.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면서 시장점유율에 중점을 두고, 소프트웨어 또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수익을 얻는 전략은 이미 아마존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 만약 투자하고자 하는 혁신 기업이 제품 가격을 계속 낮춘다면 이익을 걱정하지 알고 환호해야 한다. 그 기업은 이미 가격을 낮출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운영이 EPS를 단기적으로 낮추고 PER을 높여버리는 효과도 생기지만, 5〜10년 후의 시장 장악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수치 이상의 것을 봐야 한다.
테슬라는 2016년에 모델 3을 출시한 이후 계속해서 가격을 낮추고 있다. 사실 가격을 높게 유지하면 수익을 더 확보할 수 있지만, 않은 사람들이 테슬라 차량을 보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을 전략적으로 낮췄다. 이러한 전략은 테슬라가 지속적으로 비용 우위를 확보하면서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든다. 테슬라는 공장을 최대한 자동화하고,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제조 공정, 모터, 인버터, 소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EPS가 급격히 나빠지고 버블 논란이 일어난다. 이익은 별로 없는데, 매출만 늘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를 낮추고, 언론의 비난도 거세진다. 물론 목표주가가 12개월짜리라는 한계는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2016~2019년까지 급격한 주가 등락이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적자는 심해졌지만, 차량 판매는 급격히 증가했고 기술은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는 경쟁업체에게는 진입장벽, 고객에게는 전환 비용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