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지표를 투자에 활용하기
미국 경제 지표 저장소 FRED
FRED는 연방준비은행 세인트루이스 지점에서 운영하는 경제 지표 데이터베이스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국내 금융 기관과 연구소에서는 상시 활용하는 곳이다. FRED의 웹사이트는 전 세계 80여 개 국가의 56만 개의 상의 최신 경제 지표를 보유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읽기 쉬운 차트로 보여 준다는 것도 FRED의 특징이다. 미국의 국내 총생산을 검색하면 무려 1947년부터 현재까지의 미국 GDP 추이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는 이미지,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고, 엑셀 파일로 원본 데이터까지 제공한다. 다양한 미국 경제 지표를 활용하고 싶다면 FRED를 이용하자.
미국 기준금리
연방준비은행(FED)의 FOMC가 결정하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말한다.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의 통화량이 결정되는 지표인 만큼 FOMC가 개최되는 날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리 상승은 통화량 감소, 금리 하락은 통화량 증가를 뜻한다. 통화량 증가 시 주식 시장 자금 유입도 활발해지므로, 일반적으로 금리는 하락할수록 주식 시장엔 호재다.
고용률
고용률 지표는 15~64세까지의 미국 시민 중 직업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들의 내수 매출이 성장하려면 고용되어 소득이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일자리를 잃으면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가 전부다. 일자리의 감소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매출 감소로 연결된다. 물론 주식 시장에서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 중 하나며, 매달 발표된다.
국제 유가(Crude Oil Prices: West Texas Intermediate (WTI))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다. WTI는 국제 석유 가격을 결정하는 가격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산업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석유의 수요도 늘어 유가가 상승한다. 산업 생산량 증가는 경제 성장이 원활하게 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대체로 경기 사이클과 유가는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 관계는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석유 공급에 있어 OPEC이나 셰일 가스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OPEC(석유 수출국 기구)의 석유 생산량 관리는 가장 큰 변수다. 산유국들의 국제기구인 OPEC은 회원국들의 이익 중진을 위해 석유 공급량을 조절하여 유가를 관리하고 있다. OPEC의 노력은 석유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유가가 유지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최근 셰일 가스 공급으로 OPEC의 석유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많이 감소했다. 셰일 가스의 발견은 또 하나의 경제 성장과 유가와의 상관관계를 무력화하는 원인이다.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개발되기 시작한 셰일 가스로 인해 석유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석유 공급량은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분보다 훨씬 많았다. 그에 따라 2010년대 중반, 호경기에 도리어 유가가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석유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에 투자 시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지표다. 특히 에너지 섹터는 사실상 주가가 유가와 직결된 산업이다. 곡물로 연료를 생산하는 그린 플레인 등의 바이오 에탄올 산업도 물론 유가 등락에 민감하다.
월간 자동차 판매량
미국에서 한 달간 판매된 자동차 대수의 총합을 나타낸 지표다. 자동차는 가계 소비 총액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이다. 자동차 판매량의 증감은 소비 심리와 경제 상황을 관측하는 데 좋은 자료다. 자동차 한 대에는 무려 2만여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 업체에서 유발되는 고용 효과도 지대하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은 경제에 미치는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산업으로 꼽힌다.
자동차 판매량이라는 지표를 활용하기 좋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인을레이션의 효과가 상쇄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품은 시간에 따른 물가 상승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른다. 그러므로 같은 수량을 팔아도 매출은 점점 커진다. 그러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인플 레이션 영향 없이 소비 상황을 나타낼 수 있다.
실업 급여 청구 건수
실업 급여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직업을 잃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업 급여를 청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 악화로 실업자가 된 사람들이므로, 실업 급여 청구 건수는 고용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공공 근로로 통계 조작이 가능한 실업을 통계와 달리, 그런 정부의 꼼수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지표의 가치를 더한다.
실업 급여를 청구하는 노동자들은 이미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가 좋았다면 어딘가에서 이미 일하고 있을 사람들인데, 실업 급여 청구자가 늘어나는 건 순전히 경제 상황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생산자 물가 지수(Producer Price Index)
생산자 물가 지수는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출하하는 상품의 평균적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 간 거래되는 상품들의 물가가 얼마나 을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물가 상승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지만 경제의 관점에선 물가 상승보다 하락이 훨씬 위험하다. 선진국에서 공급 가격 하락의 원인은 대부분 과잉 생산에 있다. 기술력 향상으로 생산은 계속 증가하는데, 소비가 이를 받쳐주지 못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생산자는 필연적으로 생산을 줄인다. 이는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 일자리가 감소하면 소비는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것이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경계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그러므로 적절한 수준의 생산자가격상승이 가장 양호한 경제 상황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생산에서 소비로 연결되기까지의 간격 때문에 생산자 가격 변동이 더 먼저 발생하고, 소비 가격 변동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생산자가격이 향후 경제를 예측하기에는 더 유리하다.
내구재 수주
내구재 수주는 한 번 구입하면 최소 3년 이상 사용하는 내구재(자동차, 통신장비, 중장 비, 항공기 등)의 월간 주문 총액이다. 내구재의 주요 매출처는 산업 현장이다. 내구재 매출의 증가는 제조업 업황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많은 내구재를 주문한 기업은 더 많은 생산하고, 이것은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내구재 주문은 경제 성장을 먼저 전망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연체율
연체율 상승은 경기 침체의 선행 지표 중 하나다. 연체는 현대 금융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해서 며칠 연체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30일 넘게 연체한다는 것은 분명 채무자의 경제 상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연체율 집계에는 30일 이상 채무 상환을 연체한 대출자만 포함된다. 연체 중인 채무자들의 제1순위 목표는 빚을 갚은 것이다. 즉 연체자들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고, 사고 싶은 것을 못사는 사람들(연체자들)이 많아지니 연체율 상승은 민간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위 그림은 미국의 가계 대출 연체율을 나타낸 그래프다. 색이 다른 부분은 경기 침체 기간을 의미한다. 1987년부터 2019년까지 총 3번의 공식적 경기 침체가 있었다. 첫 번째는 빌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을 이끈 1990~1991년 경기 침체다. 두 번째는 2000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닷컴 버블 붕괴 시기다. 가장 유명한 세 번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2008년 금융 위기다. 3번의 경기 침체 상황을 보면 모두 가계 대출 연체율이 경기 침체 전부터 상승하고 있었다. 경기 침체 전에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이야 사실 놀라운 것은 없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3번의 경기 침체의 직전 연체율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3번의 경기 침체 모두 가계 대출 연체율이 3.5%에 근접해 있을 때 발생했다. 종합해 보면, 3번의 경기 침체 직전의 공통적인 연체율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계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인 상승 중이다. 둘째, 가계 대출 연체율이 3.5%에 근접한다. 3번의 경기 침체는 공교롭게도 모두 2개의 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87년부터 현재까지 2개의 조건에 맞는 상황은 4번 있었는데, 그중 경기 침체가 발생 하지 않은 것은 96년 딱 한 번밖에 없다. 경제 상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한히 많기 때문에, 몇 가지 변수가 마치 패턴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미래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연체율만으로 무조건 경기 침체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연체율을 투자자에게 주는 ‘침체 주의보’로 활용하는 것은 아주 가능하다. 연체율이 지속해서 상승 중이고, 수치가 3.5%에 근접하고 있다면 다른 지표들을 함께 참고하며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건 나쁠 게 없다.
이외에도 경제 지표들을 활용해 자기만의 투자 방법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어떠한 조건과 경기 사이의 패턴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무조건 투자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조건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 때만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 연체율 상승과 경기 침체의 관계처럼 말이다.